
1. 이 영화가 관계를 배치하는 방식
<완득이>를 처음 봤을 때에는 사춘기 청소년의 사건을 중심으로만 영화를 보았다. 하지만 다시 이 작품을 보았을 땐 사춘기 청소년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기보다 실제 영화는 인물 간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느꼈다. 작품 속 누군가는 보호자이고 누군가는 지도자이며 또 다른 누군가는 방관자처럼 위치하지만 이 역할은 끝까지 유지되지는 않는다. 이 영화는 관계를 제대로 정의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관계의 배치가 바뀌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누가 먼저 손을 내밀었는지보다 어떤 순간에 인물들의 관계가 변했는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 구조 덕분에 이야기의 흐름은 특정 인물의 성장을 중심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대신 인물들 사이의 멀었던 간격이 줄어들거나 벌어지는 장면들이 반복되면서 고정된 역할대신 유동적인 역할을 갖게 된다. 영화는 인물들의 역할이 바뀌는 과정을 관찰하는 영화로 흘러간다.
2. 말보다 행동이 먼저 놓이는 장면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대사보다 행동이 먼저 보이는 장면 구성이다. 인물들은 자신의 상태를 대사를 통해 완벽히 보여주지 않고 일상의 움직임 속에서 자신의 지금 위치를 보여준다. 갈등이 생길 때에도 감정이 먼저 폭발하기보다 행동의 선택이 달라지면서 상황이 변한다. 이런 구성은 관객들에게 영화에 대해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준다. 영화는 특정한 감정을 강요하지 않고 장면 사이의 흐름을 통해 인물들 간의 관계의 변화를 전달해 준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사건의 크기가 아니라 반복되는 행동의 방향이다. 작은 선택들이 계속 쌓이면서 관계의 균형이 조금씩 변해간다. 이 영화는 말과 감정을 통하여 만들어진 관계보다 행동의 의미가 축적되면서 만들어지는 상태 변화를 중심에 두고 있다.
3. 주변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구조의 안정감
<완득이>는 주인공 한 사람을 중점에 두고 이야기의 내용을 의존하지 않는다. 주변 인물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수행하면서 전체적인 구조를 지탱해 준다. 이 인물들은 누군가를 변화시키기 위한 억지스러운 역할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각자의 생활을 유지해 가면서 자연스럽게 그 관계 안에 머문다. 이 방식은 이야기의 중심을 한 방향으로 몰아가지 않는다. 누군가의 선택이 전체의 내용을 흔들기보다는 여러 인물이 만들어내는 관계의 균형이 유지되어 간다. 그 덕분에 영화는 극적인 주인공의 전환보다 지속 가능한 관계의 구조를 보여준다. 관객은 특정 인물의 결단을 기다리기보다 관계가 유지되는 방식 자체를 바라보게 만들어 준다.
4. 이 영화가 남기는 구조적 특징 한 가지
이 작품을 하나의 구조로 보게 된다면 관계가 완벽해지지 않은 상태로 영화를 유지해 가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인물들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려 하지도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명확한 결론에 도달하지도 않는다. 대신 관계가 유지 가능한 상태로 남아 있을 뿐이다. 이 부분이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다. 갈등이 정리되거나 감정이 봉합되어 해결되는 순간보다 관계가 끊어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어 가는 상태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이 구조는 관객에게 명확한 판단을 요구하지 않는다. 누가 잘하고 잘못했는지,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정리해주지 않는다. 영화는 관계가 유지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만을 보여주며 그 이후의 상황이나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긴다. 이 방식은 이야기를 닫지 않고 관계가 계속 유지되는 상태로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