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0 범죄의 재구성 (2004) 1. 영화 속 사건보다 분업된 인물의 역할이 도드라지는 영화이 작품은 흔한 범죄 영화처럼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보다 "누가 어떤 역할을 맡았는가?"를 보여주기 위한 장면으로 시작된다. 사건의 개요가 아닌 그것을 구성해 나가는 각자의 위치와 역할이 눈에 띄게 보인다. 인물들은 단순히 주인공과 주변 조연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가로 분류되어 있다. 예를 들면 누군가는 정보의 흐름을 관리하고 누군가는 직접 행동하며 역할을 보여준다. 이 역할 분업은 사건의 핵심으로 가는 지름길을 제공해주지는 않는다. 다만 각 인물의 기능적인 위치가 사건을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가 빠르게 진행되기보다 정보와 각자의 역할을 먼저 드러내는 방식이 된다.2. 정보의 이동 경로가 서서히 .. 2026. 1. 10. 접속 (1997) 1. 이 영화가 관계를 만들어내는 방식영화 을 보면 인물의 감정보다 먼저 인물들의 관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게 된다. 이 영화는 인물들이 직접 마주하는 장면보다 서로를 알게 되는 중간 단계에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목소리, 방송시간, 반복되는 라디오 청취 같은 요소들이 관계들을 만들어가는 중심에 놓인다. 이 과정은 빠르지 않으면서도 의도적으로 비어 있게 만든 구간이 많다. 영화는 그 공백을 무리해서 다른 것으로 채우려 하기보다 그대로 둔다. 그 결과 관객은 이야기를 따라 흘러가기보다 관계가 형성되는 과정에 함께 참여하게 된다. 이 구조는 멜로 영화에서 흔히 기대되는 장면 전개와는 다른 방식으로 흘러간다. 누군가의 선택이나 감정의 고백보다 어떻게 인물들이 연결되는가가 중심이 된다. 그래서 이.. 2026. 1. 9.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Lost in Translation, 2003) 1. 영화 속 도시를 배경이 아닌 환경으로 사용하는 방식최근 이 작품이 갑자기 떠올라 다시 감상을 하였다. 이 영화는 이야기를 끌고 가기보다 하나의 도시 안에서 주인공들을 오래 머물게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나타난다. 도쿄는 관광지처럼 소개되지 않고 그곳에 대한 설명도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화면 속의 인물들은 도시의 소음, 빛, 사람의 흐름, 공간 등에 둘러싸여 있고 끊임없이 인물들의 주변을 채워나간다. 이 환경은 인물들에게 직접적인 영화를 주지만 영화는 그 변화를 말로 설명하지 않고 관객들이 느끼게 한다. 관객들은 인물의 감정보다 환경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체감하게 된다. 엘리베이터 안의 정적, 호텔 로비의 넓은 공간,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움직임 같은 요소들이 반복되면서 익숙하지 않은 장소라는 사실.. 2026. 1. 9. 트루먼 쇼 (1998) 1. 이 영화는 주인공을 보다 보는 위치를 먼저 만든다.트루먼 쇼를 최근에 다시 보았을 때 이 작품의 시작점은 주인공 트루먼이 아닌 그를 바라보는 제삼자의 위치에서부터 출발이 된다. 관객은 처음부터 인물의 내면으로 들어가 공감하며 시작하기보다 누군가의 일상을 지켜보는 자리에 놓이게 된다. 카메라 각도와 화면의 구성은 자연스럽게 관찰자의 시선을 만들어준다. 그래서 이 영화는 주인공의 감정을 먼저 나타내기보다 "어디에서 주인공을 보고 있는가?"를 먼저 인식하게 만든다. 이 구조 덕분에 관객은 트루먼과 완전히 같은 입장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오히려 한 발짝 떨어진 거리에서 그의 일상을 먼저 바라보게 된다. 이 거리감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유지가 되면 감정 몰입보다 상황을 이해하는데 더 많은 비중을 두게 만든.. 2026. 1. 9. 반지의 제왕 : 두 개의 탑 (2002) 1. 이 영화는 관객을 여러 갈래로 흩어 놓는다.반지의 제왕 두 번째 시리즈인 을 보면서 가장 먼저 느꼈던 부분은 관객의 시선이 한 곳이 아닌 여러 곳으로 분산된다는 점이었다. 이야기는 하나의 중심을 향해 모여있지 않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뉘어 분산되고 각자 인물들이 처해진 상황들을 보여분다. 나는 이 분산 구조가 이 영화의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관객은 특정 인물이나 사건에 완전히 몰입해서 관람을 하기보다 변화하는 장면과 흐름을 오가면서 상황을 받아들이고 영화에 빠져들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감정의 집중도는 낮아질 수도 있지만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은 세계의 크기가 실감 나게 다가온다. 영화는 관객에게 "무엇이 중요한가"를 정해주지 않고 변화되는 장면과 상황 속에서 주인공 한 명에게 집중되는 영화.. 2026. 1. 8. 봄날은 간다 (2001) 1. 이 영화는 시간을 앞서 가지 않는다.를 떠올리면 영화의 사건이 먼저 생각나기보다는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던 감각이 남게 된다. 나는 이 영화가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해 시간적인 요소를 사용하는 대신 시간을 그대로 두는 방식으로 영화를 끌어갔다고 생각한다. 장면들은 급하게 연결되지 않고 인물들의 하루가 자연스럽게 이어져간다.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에도 특별하게 강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구간이 길게 유지된다. 이 느슨한 흐름 덕분에 관객은 장면을 무리하게 따라 하기보다 그 안에 머물러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된다. 영화는 시간을 압축하지 않음으로써 인물들과의 관계가 변하는 속도를 무리해서 표현하지 않았다.2. 소리와 공간이 대신 말해주는 것들이 작품에서 인물만큼 중요한 요소는 소리와 .. 2026. 1. 8.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