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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2003)

by 고전영화관 2026. 1. 7.

개봉일 : 2003년 11월 21일

 

1. 이 영화는 왜 이렇게 시간을 배치했을까?

<올드보이>라는 작품을 생각하면 강렬하고 충격적인 반전 장면이 먼저 생각나지만 실제로 영화 속에서 관객을 이끌어 가는 방식은 매우 계산적이다. 나는 이 작품이 중심이 되는 사건보다 대기와 공백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느꼈다. 어떤 장면은 지나치게 길고 어떤 설명은 거의 생략이 된다. 그래서 나타나는 불균형이 영화의 리듬을 깨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인물이 처한 상태를 관객들이 직접 체감하게 만들기 위한 구성처럼 보인다. 시간은 흐르지만 상황에는 진전이 없다. 하지만 영화는 그 답답함을 줄이거나 없애지 않고 오히려 반복되는 일상과 단절된 공간을 오랫동안 보여주면서 관객이 그 흐름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영화 속 사건으로 인한 충격은 뒤로 미뤄지게 된다.


2.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 하나

이 작품에서 가장 납득하기 어려웠던 지점은 인물이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주인공은 왜 저항하지 않았을까?', '왜 탈출을 시도하지 않았을까?' 같은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나는 이 부분을 단순한 설정으로 넘기기에는 많은 의문이 들었다. 이 선택은 인물의 성격보다는 영화가 만들어지며 설정된 실험에 가까웠다. 극단적인 환경 속에서 인간이 얼만 빨리 환경에 적응하는지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보인다. 이 장치는 현실성과는 거리가 있지만 영화 전체의 구조를 떠받쳐주는 하나의 축이 되었다.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계속 생각이 나게 되는 부분들이다.


3. 관객의 위치가 밀려나는 순간

<올드보이>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이야기를 따라가는 느낌이 줄어들고 이야기 속에 같이 있는 느낌이 든다. 나는 이 지점이 이 작품의 특장이라고 생각했다. 관객은 점점 인물과 같은 위치에 서지 못하고 한 발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영화 속에서 같이 있는 느낌이 든다. 주인공이 찾아가는 방향과 관객에게 주어진 정보는 충분하지 않고 추측만 가능하게 된다. 이 간극 때문에 몰입이 깨진다고 느끼는 관객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거리감은 영화의 감각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준다. 모든 것을 이해한 상태에서 보는 영화였다면 이 작품은 지금처럼 오랜 기간 동안 언급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4. 강렬함이 가진 한계까지 포함한 영화

이 작품은 분명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하지만 나는 이 강렬함이 언제나 이 작품의 장점으로만 작용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감각적인 연출과 극단적인 설정은 영화의 특별한 개성을 만들어주었지만 관객에게 거부감이 드는 느낌도 함께 만들어 낸다. 이 작품은 모든 관객에게 같은 방식과 느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떤 사람에게는 도전적인 영화로 받아들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작품으로 남았다. 그 차이까지 포함해서 이 영화는 완성되게 되어 있다.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루지는 않지만 그 불균형 자체 때문에 이 작품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 이야기할 수 있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