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이 영화가 웃기게만 보이지 않았던 이유
사람들이 <엽기적인 그녀>를 떠올리면 보통은 강한 캐릭터나 과장된 장면이 먼저 생각나는 작품이다. 그런데 영화를 다시 보며 생각해 보면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웃음보다는 사람사이의 불편한 관계를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작품이 일부러 관계를 매끄럽게 만들지 않았다고 느끼는 부분이 많았다. 감정이 통하는 순간보다 어긋나는 장면이 더 많았고 그 어긋남이 해소되지 않은 채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계속해서 재밌거나 편하지만은 않은 기분이 따라온다. 이 불편함이 오히려 이 영화를 오랫동안 기억하게 만들어준다. 쉽게 소비되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와는 다른 점이다.
2. 강한 행동이 항상 주도권은 아니라는 점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주인공 중 한 사람인 여자의 행동이다 하지만 나는 그 행동들이 관계의 주도권을 의미한다고 보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게 느껴졌다. 감정이 불안할수록 행동이 커지고 말은 거칠어지게 된다. 이 작품은 그 상태를 숨기지 않고 잘 보여준다. 상대방이 그 행동을 받아주는 구조 속에서 관계가 유지되는 점도 흥미롭게 볼 수 있다. 여기에는 힘의 균형이 있다기보다 한족이 버텨주고 있다는 느낌이 더욱 강하다. 이 부분에서 작품은 웃음을 만들기도 하고 관객들의 슬픈 감정을 동시에 보여주기도 한다.
3. 가볍게 소비 되지 않는 이유
이 작품이 시간이 지나도 계속 언급되는 이유는 단순한 설정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주인공들의 관계를 있는 그대로 부여주기 때문이다. 이해되지 않는 행동에 따로 해설을 붙이지 않았고 감정의 변화도 친절하게 안내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관객은 객관적인 판단을 유보한 채 작품을 따라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나는 이 점이 이 영화를 단순한 유행작으로 끝나지 않게 만들어준 요소라고 느꼈다. 개봉 후 봤을 당시에는 웃기게 봤던 장면들이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4. 다시 보게 되면 시선이 달라지는 영화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와 다시 봤을 때의 느낌은 분명히 다르다. 예전에는 캐릭터의 행동 중심과 단순한 재미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관계가 유지되어 가는 방식을 보는 게 더 중심이 되어간다. <엽기적인 그녀>는 사랑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과의 관계에서 쏟는 에너지가 얼마나 비효율적일 수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무엇인가를 정리해주지 않고 애매한 상태로 남겨둔다. 그 점이 이 영화를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아서 오히려 현실과 닮아 있는 점이 많이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