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살인의 추억(2003)

by 고전영화관 2026. 1. 3.

개봉일 : 2003년 4월 25일


1. 답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남는 질문

<살인의 추억>은 실화인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죄를 다룬 영화이지만 범인을 찾는 이야기로만 남지 않는다. 이 작품이 건네는 메시지는 '우리는 무엇을 믿으며 진실이라고 판단하는가'에 가까운 영화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사건의 전개도 좋았지만 인물들이 범인을 추적하며 확신을 만들어가는 방식에 더 집중을 하게 되었다. 불완전한 단서, 모호한 기억, 감정에 기대는 판단이 반복되면서 진실은 점점 흐려진다. 이 영화는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답을 찾고자 애쓰는 인간의 태도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작품은 범죄 영화이기도 하지만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사람들의 기록처럼 느껴진다. 나는 이 영화가 누군가에게 통쾌함을 남기기보다는 불편함과 찝찝함을 남기기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오래 기억에 남았다.


2. 수사보다 더 또렷한 인간의 한계

이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요소 중 하나는 수사의 방법보다 수사의 태도가 더 강조된다는 점이다.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진실에 접근하지만 그 과정은 계속해서 인간적인 한계를 드러낸다. 수사를 하던 당시의 환경도 있겠지만 확신은 때로 폭력으로 변하고 조급함은 판단을 왜곡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이 부분을 보며 이 영화가 특정 인물을 비난하기보다는 당시의 구조와 분위기를 보여주려 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개인의 무능이 아닌 시스템의 미완성이 반복적인 실패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은 누군가의 잘못을 명확히 지목하지 않는다. 대신 그 시대의 공기와 수사 과정들이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냈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가 끝난 뒤에도 특정 장면보다 과정 전체가 하나인 것 같은 인상으로 남는다.


3. 사건보다 오래 남는 시선과 분위기

<살인의 추억>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긴장감을 과장하기 않게 연출한 방식에 있다. 공포를 직접적으로 자극하기보다는 일상과 사건이 자연스럽게 섞이도록 배치한다. 그 덕분에 관객은 제삼자의 거리에서 부담스럽지 않게 사건을 바라보는 대신 안에 함께 머무는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인물들의 시선과 침묵이 반복될수록 해결되지 않는 감정이 쌓여간다. 나는 이 영화가 범죄 영화처럼 '무섭다기' 보다는 '불안하다'는 감정을 남긴다고 느꼈다. 이 불안은 사건이 아닌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하는 상태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시간이 지나 다시 떠올릴수록 장면보다는 그 상황의 분위기가 먼저 생각난다. 그것이 이 영화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된다.


4. 답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영화

이 영화를 보고 난 두 가장 오래 남은 감정은 허무함이나 분노가 아니라 의문이었다. 우리는 언제 확신을 갖게 되고 그 확신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였다. 이 작품은 그 질문을 관객에게 다시 돌려준다. 나는 이 작품이 범죄 영화의 형식을 빌려 인간의 판단과 사회의 구조를 함께 바라본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이 깊었다. 극적인 해결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답답할 수 있지만 오히려 그 선택이 이 영화를 오래 기억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영화 덕분인지 몰라도 미제 사건으로 남을 수 있었던 범인이 끝내 기적적으로 검거된 점을 보았을 때 영화가 주는 또 다른 힘을 느끼게도 해줬다. 추천하고 싶은 대상은 빠른 결론보다 과정 속의 감정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다. 이 영화는 부드럽지는 않지만 진지하다. 그래서 작품이 끝난 뒤 쉽게 정리되지 않고 조용히 생각을 이어가게 만들어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