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부당거래 (2010년)

by 고전영화관 2026. 1. 20.

개봉일 : 2010년 10월 28일

 

1. 정의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지워지는 공간

이 작품은 정의가 무너지는 과정을 설명해주지 않는다. 대신 정의라는 말 자체가 얼마나 쉽게 사라지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는 많은 대화가 나오고 인물들 사이에 말이 많지만 그 많은 말들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사건의 책임을 분산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된다. 회의실, 조사실, 술자리 같은 장소에서 오가는 대화는 사실을 밝히기 위한 대화가 아닌 상황을 무마하기 위한 도구에 가깝다. 나는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사건을 따라 흘러가게 만들기보다 말이 사용되는 방식을 주목하게 만든다고 느꼈다. 누군가는 말을 통해 선을 긋고 누군가는 말을 통해 사건의 책임을 쉽게 다른 사람에게 옮긴다. 그 과정에서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은 정의에 대한 부분을 우선시하지도 않고 논의 자체도 되지 않는다. 그저 대화 속에서 정의가 자연스럽게 빠져나간다. 인물들은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미 말을 통해 도망갈 출구를 만들어 두고 대화를 시작한다. 그래서 이 영화의 긴장은 행동보다 인물들의 대화에서 발생된다.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말했는지가 관계를 결정해 준다. 이 구조는 관객으로 하여금 누가 옳은지 판단하기보다 이 공간에서 정의가 작동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는지를 묻게 만들어 준다.


2. 선택이 아니라 정렬되는 관계의 방향

부당거래 속 인물들은 극적인 선택의 순간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선택을 하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인물들의 관계가 이미 정해진 상태에서 관계 속의 흐름을 따라 움직일 뿐이다. 나는 이 영화가 인간의 결단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인물들은 고민은 하지만 그 고민은 지금의 방향을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자신들의 위치를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다. 인물들 간의 상하 관계 나 이해관계, 인물들 간의 책임의 이동 경로는 처음부터 분명하게 배치되어 있다. 그래서 인물이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그것은 새로운 행동이 아니라 기존 인물 관계의 연장선처럼 보인다. 이 영화의 불편한 부분은 여기서 발생한다. 누구도 상대에게 강요받는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어 보인다. 이 관계는 말과 태도를 통해 미세하기 조정되며 그 조정이 반복될수록 개인의 판단은 점점 흐려진다. 나는 이 흐름이 이 영화를 단순한 범죄극이 아니라 사건이나 영화 속 구조에 대해 관객들이 관찰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느꼈다. 인물들은 움직이지만 구조는 거의 흔들리지 않는다.


3. 끝가지 유지되는 불편함

부당거래는 명확한 결말을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관객이 느낀 불편한 균형이 계속 유지된 채로 영화가 끝이 난다. 나는 이 결말이 이 영화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누군가는 책임을 떠안고 끝나며 영화 속에 구조는 여전히 유지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인물들 간의 큰 감정의 폭발이나 분출은 없다. 모든 상황은 정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리되지 않는 상태로 끝이 난다. 이 영화가 남기는 여운은 사건이 해결되어 느껴지는 통쾌함이 아니라 남은 사건에 대한 찝찝함에 가깝다. 그 찝찝함은 관객이 영화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너무 잘 이해했기 때문에 남는다. 나는 이 작품이 관객에게 판단을 요구하기보다 이런 구조 안에서 개인이 얼마나 쉽게 소모되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영화가 끝난 뒤에도 장면보다 관계의 배치가 먼저 떠오른다. 부당거래는 정의를 묻지 않는다. 정의가 작동하지 않는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관객을 그 안에 남겨둔다.